월간 인사관리 국내 기업 구조조정과 HR 대응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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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03-04 15:57 노출일자 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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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암울한 말이지만 올 한 해 국내 기업들의 화두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인력의 감축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의 바람이 이미 거세지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711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24.7%가 지난해 구조조정을 실시했다고 응답했다.
간단히 말해 4개 중 1개 기업에서 인력 감축이 진행되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될 사람이 바로 내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의 체감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글로벌 기업이라 해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2,200여 명 수준, 지멘스 에너지는 7,800여 명 수준의 인력 감축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GE는 최근 수년간 주력 사업인 항공기 엔진 제작 부문에서 인력을 4분의 1로 축소하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이제 겨우 경영정상화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 구조조정 유형
최근 진행되는 기업 구조조정의 대부분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좀 더 분석적으로 살펴보면 그 원인을 기준으로 큰 틀에서의 유형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접근은 각 유형별로 구조조정의 대상과 범위, 실행 방식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구조조정
AI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부 산업의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는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오랜 기간 축적된 인력 수요의 기준과 관행을 단숨에 허문다.
예를 들어 핀테크 기술의 발달로 인한 비대면 금융거래의 확대, 이로 인한 은행 점포·인력 축소는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미래다.
2019년 말 4,640개였던 국내 수위의 시중은행 점포 수가 지난해 말 4,424개로 216개나 줄었다는 통계는 이러한 추세를 말해준다.
온라인 중심의 유통산업 채널 변화가 최근 백화점·마트 등을 사업 영역으로 하는 국내 대형 유통사들의 오프라인 매장·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추세도 본 유형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산업 내 개별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조정
이 경우 산업 자체의 패러다임은 변함없이 유효하지만, 뒤처지는 자사의 시장 내 경쟁적 지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관점이 크게 작용한다. 적자사업 축소를 통한 핵심사업 강화, M&A를 통한 비용 시너지 창출 등이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목적이자 수단이 된다.
국내 대표 글로벌 전자기업 중 한 곳이 최근 장기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모바일 사업부의 구조조정을 전면 검토하겠다고 선언하고 수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파악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일시적인 경영상의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구조조정
코로나19는 전 산업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특히 특정 산업 군에 있어서는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큰 파급효과를 미친다.
대표적으로 여행업, 항공업, 호텔업과 같이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의 제한이 곧 기업 활동의 기회 상실과 직결되는 산업은 물론이고,
자동차 산업과 같이 특정 해외 시장에의 종속성이 높은 경우에도 관련 기업들은 지난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코로나19는 장기화되고 있고, 생존을 위한 기업의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LCC 항공사 중 한 곳은 직원 절반의 구조조정을
거쳐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개시했고, 국내 1위 호텔 기업 또한 15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국내 기업 구조조정 특징
앞서 소개한 유형과 같이 구조조정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에는 일정 부분 공통된 특징과 트렌드가 발견된다.
희망퇴직을 구조조정의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
이는 고용 유연성이 낮은 우리나라의 법 규제 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이를 예정하는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조항(제24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한 대법원의 엄격한 해석, 사용자 입증책임 등 현실적인 제약요건들로 인해 희망퇴직이라고 하는 개별 근로자 합의에 기반한 우회로를 보다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기게끔 한다.
문제는 많은 기업에서의 희망퇴직 절차가 실제로는 결코 자의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많은 경우 인사팀과 경영진으로 이어지는 내부 선별 작업, 해당 인력에 대한 개별 면담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형식은 희망퇴직이지만 실질은 권고사직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해고에 준하는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
최근 구조조정과 관련된 노사 갈등과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이 같은 기업의 관행에 잠재적으로 내포된 Legal Risk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구조조정 대상 범위에 직급-연차의 경계가 점차 무너져
과거에는 고연봉을 받고 있는 고직급, 고연차 인력에 한하여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모 기업은 사원-대리급에도 희망퇴직을 신청 받았다는 사유만으로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의 구조조정의 현실은 더 이상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건설 및 제조업 관련 일부 기업들에서는 사원급 이상까지 희망퇴직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절실함의 표현으로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다소 우려되는 면도 있다. 저직급 인력은 당장은 기업 실적에 대한 영향력이 낮지만 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고, 또 저항할 힘이 없다는 이유로 저직급 인력들에 구조조정이 오히려 집중될 경우에는 내부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단순한 인력감축에서 조직개편, 위계조정 포함 경영 전반의 총체적인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과거에는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조직의 구조적 본질에는 큰 변화 없이 적정인력 규모를 맞추기 위한 양적인 접근법이 주를 이루었다.
반면 최근에는 급변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애자일(Agile) 조직 필요성과 맞물려 조직 통폐합, 직급/위계 단계 축소를 통한 수평화 등 질적인 변화도 구조조정의 중요한 목적으로 함께 추진되고 있다.
최근 여행업계 1위를 달리던 한 기업은 전사 인력 감축을 진행하는 동시에 핵심 부서를 중심으로 조직 간소화, 임원 직급단계·인원수 축소를 병행하여 조직의 전반적인 재구조화를 꾀하고 있다.
HR 대응 전략
만약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기업이라면, 남은 과제는 ‘잘’ 수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HR은 다음의 내용을 한 번 검토해 보기를 바란다.
필요성 검증
구조조정은 한 기업이 오랜 기간 쌓아온 무형의 Reputation을 일시에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팩트가 매우 크다. 때문에 정말로 필요한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통상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은 투입 요소인 인건비와 산출요소인 기업 실적 간에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경우에 커진다.
따라서 각 기업은 자사 특성에 맞는 노동생산성 지표들을 활용하여 구조조정 필요 수준을 사전에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인건비 1원에 대한 투자수익률을 의미하는 HCROI(Human Capital Return On Investment) 지표의 적정 타깃을 설정한 후, 장래 기업 실적 예측 값에 따라 적정인력 규모를 역산하는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것이다.
대체가능한 수단 검토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와 유사한 효과를 얻으면서 구성원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보다 완화된 수단(Gentler Approach)을 우선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정년으로 인해 매년 발생하는 자연감소분을 감안하면 일정기간 신규채용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인력감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정규직원수를 줄인 기업(254개사) 중 약 65%는 퇴사자 충원을 하지 않는 방법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력 수가 아닌 비용 차원의 접근,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근로시간 단축과 연계된 임금축소 등에 대한 노사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구조조정의 압력은 작아질 수 있다.
근래 완성차 제조업을 영위하는 한 기업에서 기본급 동결 임금협상이 타결된 사례는 고용유지에 대한 노사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려는 긍정적인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구조조정에 들어서면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커뮤니케이션은 대상자가 결과에 대해 인정하긴 싫지만 적어도 받아들일 수는 있게 해주는 모든 상호작용을 포함한다.
전통적인 접근법은 합리적인 프로세스 구축 등 절차적 공정성 제고, 당사자의 참여권 보장, 1차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할 현업 리더들에 대한 사전교육 등에 집중해 왔다.
이 부분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구조조정이 실제로는 저성과자 관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커뮤니케이션의 시기는 보다 앞당겨질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 시기에 이루어지는 사후적이고 일방적인 설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HR은 매년의 성과관리, 평가를 통해 구성원 본인의 위치와 회사의 기대치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최근 대두되는 상시피드백, 360도 다면 피드백 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재직 중의 성과관리뿐만 아니라 퇴사까지 이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원활한 흐름을 구축할 수 있다.
조직문화
구조조정의 충격은 남아있는 자들에게도 트라우마를 남긴다. 이제 곧 내 차례가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조직 내 번진다. 직원들은 위험이 병존하는 사업기회를 적극적으로 회피하고, 극단적으로는 자신이 보유한 핵심 지식과 기술을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 이를 전파하기 꺼리는 현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경영자 협회(American Management Association) 조사에서는 약 72%의 회사가 구조조정 이후 직원들의 즉각적인 사기 저하와 경영 분위기 침체를 겪었다는 응답을 했다. 때문에 HR은 조직 내 진행되는 변화의 분위기를 추적하고 긍정적인 문화 형성을 위한 활동들에 일정 기간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 이후 적어도 수년간은 조직문화 진단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것을 권한다.
미래에 대한 고민
구조조정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다. 덜어냄과 동시에 보다 강한 체질의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GM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 위기를 겪은 이후 장기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친환경 자율주행차 회사로의 변모를 위해 현재 70:30인 기계공학과 전자공학 인력의 비율을 반대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HR도 구조조정 그 자체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이후 달성하고자 하는 조직의 미래상이 무엇인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사업전략과 연계된 직무 재설계, 압축된 인력으로 고성과를 창출해 낼 수 있는 Up-skilling 및 Re-skilling에 주목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현재의 고통은 단지 고통일 뿐이다. 어차피 감내해야 할 고통이라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일보 후퇴의 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 올 한 해 구조조정의 한파가 매서울 전망이다. 기업과 구성원 모두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동반자임을 잊지 말자.
by HCG Consulting BU 홍전표 이사(jphong@e-hc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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