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사관리 스마트워크 위기가 곧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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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1 11:21 노출일자 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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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크로 통칭될 수 있는 비대면의, 전자적 방식의, 유연하고 자기선택적인 근무형태를 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기술이고, 극복해야 할 것은 문화와 여건임을 코로나19가 극명히 드러내주었다. "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그간 이룩한 문명이 돌아가는 방식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그 파장이 심각했지만, 불행 중 천만 다행히도 마침 인류는 최근 몇 년간의 정보기술 발전을 통해 극복의 열쇠가 될 지식을 갖추게 된 터였다. 정보기술은 인류를 극한의 효율성으로 몰고 가기 위해 어디에서든 연결할 수 있도록 모바일 장치를 발전시켜왔고, 광대역 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고화질의 화상과 육성,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고 수신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컴퓨터의 연산능력이 인간의 판단과 계산능력을 초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자, 데이터를 컴퓨터에게 학습시키기 시작했다. 인류는 ‘인공 지능’을 통해 사람을 심지어 바둑에서조차 범접 불가하게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터였다.
기술의 영역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직장에서의 신뢰 구축은 여전히 더뎠다. 여전히 우리는 주당 52시간을 일하게 하는 방식에 대해 갑론을박 했고, 선택적인 근로시간과 재택근무를 허가하는 변화에 대해 주저하던 상황이었다. 직원들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업무 Data보다 대면과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런 방식을 근 30년간 유지해오고 있었다.
바로 이 때, 그 해법을 아직까지도 알 수 없는 강력한 전염병이 전세계를 덮쳐왔던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2020년 3월 13일부터 4월 2일까지 불과 20여일 동안 원격 근로 환경에 처한 인원이 31%에서 62%로 2배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해외 스마트워크
이렇듯 스마트워크로 통칭될 수 있는 비대면의, 전자적 방식의, 유연하고 자기선택적인 근무형태를 취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기술이고, 여전히 극복해야 할 것은 문화와 여건임을 코로나19가 극명히 드러내주었다. 이 병의 순기능이라고 한다면 그 극복의 속도를 보다 높이도록 외부효과를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기술의 발전이 열매를 맺어, 코로나19 범유행 이전에도 실제로 몇몇 조직에서 스마트워크를 실현시켜오고 있었다.
2017년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43%의 근로자들이 때때로 원격업무를 했고, 2018년의 US Census data에 따르면 5.2%의 근로자들은 모든 업무를 재택에서 수행했다. 이 시기가 앞서 이야기한 고도로 발달된 광대역 인터넷망의 보급, 스마트폰 및 모바일 장치의 성능향상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던 시기이다. 이때부터 단어의 선택도 바뀌었다. 재택근무(Working From Home)가 아니라, 아무데서나 근무하는(Working From Anywhere) 것이 원격근로의 표준이 되었다.
물론, 기술의 발전만이 이것을 견인한 것은 아니었다.
생활 스타일과 근로에 대한 인식의 변화, 국내에서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YOLO(You Only Live Once) 등으로 불리우는 원격근로에 젊은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로 해석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2017년 연구에서 근로자들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약 재택근무만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한다면 평균 8% 정도의 임금 삭감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응답 결과가 나온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8%의 임금 차이를 우리는 재택근무를 통해 발생하는 삶의 유연성에 대한 지불의사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에 따른 육아 난이도의 가중, 도심지 부동산 가격의 상승, 만혼/비혼 등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서 발달된 스마트워크의 특징
사실 이와 같은 스마트워크의 형태, 즉 재택 및 원격근무와 관련된 내용은 국내에서 처음 등장할 당시 약간은 다른 형태로 소개되었다. 많이 들어봤음직한 '스마트워크 센터'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거점에 원격근로를 위한 사무실 공간을 마련하고, 예약 및 등록 등을 통해 정해진 시간에 원격사무실에 출근하여 근로하는 형태인 것이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러한 스마트워크 센터 운영을 홍보하는 기사들이 예전에도 많았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바 있다. 국내 대규모 이동통신회사 및 대기업 그룹사의 SI계열사들은 이러한 스마트워크 운영 기사를 기업의 좋은 홍보채널로 활용하기도 한다. 스마트워크 센터는 정부에서도 운영하고 있어,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은 정부 스마트워크 센터에 예약하고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
스마트워크 센터의 효능은 원격지에서 근무하는 구성원의 출퇴근 시간 절약 및 사업장이 서로 떨어져 있는 회사의 연락 업무 능률 향상에 있다.
진짜 직장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해진 코로나19 시대 이후의 스마트워크는 어떠할까?
정부 스마트워크 센터의 소개 및 게시판을 훑어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좌석 간 간격 유지를 해야 하므로 전체 좌석의 60~70%만을 운영한다는 공지사항이었다. 이 대목에서 아이러니를 느끼는 것은 필자 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스마트워크 센터를 운영하는 데에도, 원격근로를 위한 가상화 시스템을 운영할 때에도, 국내의 관심거리는 특히 다음의 내용으로 귀결되는 듯하다.
‘어떻게 구성원의 근태를 확인하여 근무태만을 예방할 것인가?’
‘어떻게 구성원의 떨어지는 생산성과 참여도를 보장할 것인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회사들이 원격근로 솔루션에서 반드시 요구하는 사양들이 정해져 있는 형편이다.
개인의 출퇴근 관리 및 근무시간체크, 지속적인 업무행동(심지어 마우스를 일정시간 내에 움직이는지 주기적으로 관찰하도록 하는) 모니터링 등이 필수적인 내용이다. 스마트워크 센터 중심의 집단적 원격근로 방식이 국내에서 원격근로의 형태로, 마치 구성원의 복리후생과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한 것처럼 소개되었던 이 짧은 역사에는 이렇듯 근태에 민감한 국내의 사정이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스마트워크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정말 근태관리와 감시에 취약한 원격근무는 과거의 근로형태에 비해 노동생산성을 해치는가?
물론 직무의 종류와 산업 영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기에 대해 진행된 연구결과들은 매우 흥미로운 관찰내용을 제시한다.
2015년 중국의 어느 여행사에서 조사한 내용에 기반한 연구에 따르면, 콜센터 근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교대로 재택근무를 실시한 결과, 재택근무 인력의 생산성이 평균적으로 13%가 상승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생산성 향상의 주된 요인은 휴식시간 및 병가로 인한 결근의 감소가 주 요인이었다.
콜센터가 단순반복적 업무에 해당한다면, 상대적으로 단순반복적 사무직이 아닌 경우의 사례도 있다.
2008년부터 원격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 미국 특허청(USPTO)의 경우, 특허 심의위원들 중 원격근로로 전환한 이들은 심사의 질적 저하 없이 4.4%의 생산성 향상을 기록했다.
미국 특허청의 경우, 연방 내의 각 지역별로 서로 다른 특허를 심사하고 처리하므로, 특허 심의위원들을 위한 각지의 사무실을 필요로 했다. 이들의 근로형태를 원격근로로 전환하여 2008년 46%에서 2018년 88%까지 원격근로 비중을 확대한 결과, 해당하는 10년간의 기간 동안 지역별 사무실 필요성 감소로 인한 부동산 절감액이 5배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다만, 실제 생산성의 향상을 누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유사한 직무기능을 요구하는 구성원이라면, 이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일할 수 있도록 지리적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그 생산성 향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는 대면 및 공간 공유 상태를 유지할 때 서로의 직무내용을 공유하고 상호 학습하는 효과가 드러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여전히 구성원들(특히, 경력이 짧은 구성원)에게 비공식적인 학습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성장을 공유시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접촉 수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마트워크 도입의 필요 단계
우리는 이처럼 효율적인 스마트워크의 인프라를 갖춰놓고도, 앞서 이야기했던 대면 업무의 선입견, 전통적 일 방식에 대한 익숙함으로 인해 이를 통해 제대로 생산성을 향상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자의든 타의든 우리에게 활짝 열려버린 스마트워크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요구되는가?
업무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문화의 확산
앞서 소개한 NBER의 2017년 연구에서 근로자들이 지불용의를 밝힌 8%의 임금 Gap은 결국 유연성(Flexibility)와 자율성(Autonomy)의 비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스마트워킹의 가치를 곧 회사가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가치(EVP: Employee Value Proposition, 종업원 가치제안)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이 스마트워킹이 곧 구성원에게는 더 적은 Micro Management와 더 많은 자율적 업무처리의 가능성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태 관리나 감시의 확대보다 자율적 업무처리에 대한 믿음과 업무 중심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해야 할 것은 유연한 문화의 형성, 그리고 보다 애자일(agile)한 조직을 통해 개개인의 자율적 업무 기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직의 구성이다. 종래의 수직적 직급이 지배하는 조직문화에서는 업무의 분담보다는 보고의 사슬을 통한 사고의 획일화 및 일사불란함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만약, 스마트워크를 통해 생산성의 향상을 경험하고자 하는 조직이라면, 우선적으로 조직의 업무가 다양성과 창의성에 기반하고 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율적인 개인 업무와 동료간 협업 문화가 존재하는 지를 자문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 실천해야 할 것이다.
모든 업무의 실시간 공유 및 투명성 향상
스마트워크를 통해 비대면의 업무효율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개인 업무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조직 업무에 대한 공유 및 현황 파악이 실시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같은 공간에서 일할 때의 정형적/비정형적인 의사소통, 대화 및 문서의 물리적 공유를 통한 소통 등 모든 수단이 전자적 공유 수단이어야 한다.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솔루션은 이미 코로나19 시대 이전부터 싹터, 지속적으로 개발되어 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Slack, Teams, Jive, Yammer와 같은 솔루션들이 메신저 서비스를 기반으로 메시징과 동시에 업무내용 공유 및 히스토리 추적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라인웍스, 아지트 등 메시징앱 기반의 서비스 역시 존재하며, 특히 퍼포먼스 플러스(Performance Plus)와 같은 업무관리 솔루션의 경우, 칸반(Kanban) 스타일의 업무관리, 공유, 메시징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업무행동의 추적, 리뷰, 목표 평가 연계를 제공한다.
물론,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모든 종류의 업무를 비대면으로, 인쇄물 없이(Paperless) 처리하는 업무 문화의 전환이다. 이를 통해 상기한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업무처리가 생산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지속적인 소속감 제공을 통해 구성원이 느끼는 비정형적 업무경험의 긍정적 측면 유지
분산된 팀 조직의 관리와 관련되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세달 릴리 (Tsedal Neeley)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가장 구성원들의 심리적 상태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있는 것은 회사에서 일어나는 비정형적 마주침, 즉 정수기 물을 뜨러 갈때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탕비실에서 커피 한잔을 들고 일어나는 짧은 대화들이 사라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조직 소속감의 상실이라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팀의 매니저들은 가상의 접촉채널을 통해 최대한 많은 가상의 이벤트를 발굴(해피아워, 화상 커피브레이크, 점심식사 경험 공유 등)하여 적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개인들에게는, 반복적 의식(Ritual)을 행하는 것이 멘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조언하고 있다. 이를테면, 회사에 갈 때와 비슷한 복장을 입고, 출퇴근의 리듬을 유지하고, 구성원과 다양한 방식으로 교감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의 차이
현재의 스마트워크는 결국 환경이 촉발시킨 필요성에 의해 광범위한 관심사가 되었지만, 그 시작이 스마트워크를 가능케하는 인프라의 무한 성장에서부터 출발했던 만큼, 앞으로의 기술 발달에 따라 스마트워크의 성장은 앞으로 무한히 지속될 것이다.
스마트워크 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업무를 기록한 데이터의 수가 많아지고, 많은 데이터의 수는 곧 컴퓨터의 기계학습을 위한 좋은 교과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축적된 업무의 데이터와 결과값의 분석을 통해 어떤 업무행동이, 개인적 특성이, 더 나아가서는 어떤 생활습관과 협업 형태와 업무방식 선호도가 개인의 직무별 업무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 기계가 답을 내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치 인공지능이 사람의 판단을 아득히 뛰어넘는 바둑을 둘 때, 그 인공지능을 창조한 사람은 왜 그 수가 나왔는지 알지 못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은 어느 순간 ‘특이점‘에 도달하고 인재의 채용, 평가, 배치 등 인사관리의 많은 영역이 기계의 도움을 얻어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스마트워크의 경험이 충분히 축적될 때 가능한 일이다.
또한 하드웨어가 발달하면서 웨어러블(Wearable) 장비 보편화 등으로 커넥티드 워커(Connected Worker)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이제 단순히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한 원격근로의 보조를 넘어 모든 생산/사무 업무 현장에서 스마트 워킹이 필수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제 더이상 스마트워크를 통해 생산성이 유지될 수 있는가, 근태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 대면의 공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는 너무나도 구태의연한 질문이 되었다고 밖엔 할 수 없다. 기술은 이미 스마트워크를 향한 여정에서 저멀리 달아나 있지만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스마트워크의 더딘 확산이 우리의 고정관념에 기인하는 것에 대해 ‘원래 인간은 새로운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는 존재다‘라고 자조할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확신이 없는 기술과 문화라면 충분히 검토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새로운 미지의 질병이 등장하자 갑작스레 스마트워크가 급격히 확산되고 그럼에도 우리의 업무를 지속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속속 증명해내고 있는 것은, 우리의 인식과 조직문화가 성숙해진 때문일까, 아니면 인간 특유의 생존본능이 발현된 탓일까?
by HCG Consulting BU 홍순원 상무(swhong@e-hc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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